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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칼럼 - 산책 할 권리를 찾자이승훈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7.31 08:52
익산문인협회 지부장
화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그 조건 중 하나가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고 산책을 즐겨야 할 것 같다.

‘파리의 장소들’을 쓴 정수복은 ‘파리가 인간적 도시라면 그건 안에 걷고 싶은 공원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뤽상부르 공원에 대하여 말했다. 편안함과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영감의 장소라고 소개하면서 공원에는 보들레르와 플로베르, 조르주 상드, 쇼팽, 베토벤, 슈테판 츠바이크, 들라크루아, 배를렌 등 수많은 시인, 작가, 음악가, 화가들의 상이 서 있으며 수많은 문인, 사상가, 철학자들이 공원 곳곳에 그들의 발자취를 남겼다. 이런 공원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마 직전에 인천 송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아파트 주변에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유럽처럼 하나 같이 울타리가 없고 아파트에서 나가면 바로 공원에 접할 수 있었다.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되었고, 녹지가 잘 구성되어 있었다. 센트럴파크와 미추홀공원, 해돋이공원, 달빛공원, 솔찬공원 등 많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공연장, 문화센터, 각종 운동장 등이 있으며, 정리가 잘 된 편이었다.

요즘 익산에는 아파트가 마동과 모인, 수도산과 팔봉, 소라산과 도심 내 크고 작은 사업장까지 어림잡아 만여 세대 정도 지어지고 있다. 작은 산은 주거지로 바뀌고 있다. 자이 그랜드파크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은 60여 년 전 화가 지망생들이 찾아 그림을 그렸던 야산이었다. 이곳이 공원은 아니었지만, 방죽과 솔밭으로 되어서 그림 그리기 위하여 익산 시내에 있는 학생들이 화구를 들고 모였던 곳이다.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 내 사람 외에도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이름다운 공원이 많았으면 좋겠다.

익산의 배산은 사유지라는데,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오솔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는 못 해도 서로 방해가 되지 않게 비켜주는 배려를 체득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청정한 소나무밭을 지나면 하늘로 곧게 자란 편백 나무를 만나고 옷소매가 펑퍼짐한 참나무를 만나고, 잡목은 자라서 곤충과 산새를 숨겨주고 바람은 청량하고 산새 소리는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듯한 작은 숲이다. 요즘은 맨발로 다닐 수 있는 편리를 제공하여 소모임도 한다고 한다. 소중한 익산의 자산이다. 이 외에도 공원이 조성되었지만, 편리성과 문화성, 공유성, 안전성 등이 마련되면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베토벤은 산책하면 어린아이처럼 행복하다고 했으며, 계몽사상가 루소는 산책하며 이 식물 저 식물 찾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하며, 산책은 삶을 행복하고 감미롭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사회 개혁가 소로는 내 마음속에 담겨 있는 꼭 그만큼의 자연의 나의 집이다라고 하였다. 시간을 어기지 않고 산책했던 칸트는 산책을 평생의 습관으로 한 것이 유명하다.

헬렌 켈러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해보자. 오랫동안 숲속을 산책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는가 하고 물어보니 “별거 없어” 하고 말했다고 한다. 헬렌 켈러가 자전적 수필에서 말한 내용인데, “어떻게 한 시간 동안 숲속을 거닐면서 눈에 띄는 것 하나도 보지 못할 수가 있을까?” 하고 자문한 것이다. “앞을 볼 수 없는 나는 촉감만으로도 흥미로운 일들을 수백 가지나 찾아낸 수 있는데, 오묘하게 균형을 이룬 나뭇잎의 생김새를 손끝으로 느끼고, 은빛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표피와 소나무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껍질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집니다. ……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데, 눈으로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지니고 살았는데 정신도 불안정했다고 한다. 그가 8시간 정도 긴 산책을 하고 나면 15분 정도 큰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휴양지로 유명한 체코 서부 마리엔바드에서 지낼 때 산책하다가 울었는데,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에 기쁨이 차올라 노래도 불렀고 무의미한 말도 했다고 한다. 내 모습이 행복으로 빛날 것이라고.” 명상에 가까운 상태로 기쁨을 맛본 것이다.

산책은 몸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뇌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다. 산책은 우주의 기운을 받고 내 몸을 땅의 자력에 맡기고 자연을 호흡하는 것이다. 도시는 공원과 산책길을 만들고 시민은 산책을 즐길 권리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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