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각사각 대표

오후 7시 30분 이른 퇴근을 하고 5살인 첫째 딸과 함께 운동장에 나간다. 목요일 평소와 다른 나의 중요한 일과이다. 이번 주는 너무 더워서 딸에게 물어본다. 오늘 더운데 운동장에 갈 거야? 전화기 너머로 “당연하지 안 가면 아빠 딱밤 14대야.” 딸의 당당한 목소리에 나는 오늘도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했다.

오늘도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8시에 시작해 함께 20분 정도 몸풀기를 하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폭염 때문인지 몸풀기가 끝나자 몸이 지쳤다. 역시나 딸도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오늘도 우리의 목표는 2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나는 딸에게 “5바퀴 할 수 있어?” 라고 물었다. 딸은 전화와는 다르게 힘든 목소리로 “할 수 있어”라고 대답한다.

나와 딸은 무리의 가장 뒤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점점 거리가 멀어지면서 한 바퀴도 돌지 않아 딸은 땀이 너무 많이 난다고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면서 목표를 수정하고자 했다.

“아빠 4바퀴만 돌까?” 딸의 첫 번째 목표 수정이다. 한 바퀴를 돌고 숨이 돌았는지 5바퀴를 다시 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곤 다시 목표를 수정한다. “아빠 우리 몇 바퀴 돌았어? 너무 덥다. 다리가 아파서 4바퀴만 돌아야겠다.” 이렇게 뛰면서 계속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매번 딸은 5바퀴를 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딸이 힘들어 보여 2바퀴를 남은 시점에 4바퀴를 마지막으로 멈추기로 했다.

그러자 딸은 그럼 “편의점에 못 가는 거야?”라고 갑자기 묻는다. 딸의 목표는 달리기가 아니라 끝나고 가는 편의점이 목표라는 것을 알았다. 딸이 매주 달리는 것은 달리기의 기쁨보다는 끝나고 아빠와 함께 편의점에 가는 것이 기쁨이었다. 편의점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는데 내가 달리기하는 이유도 딸과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매일 열심히 살아간다. 업무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가구를 만들고, 서류를 쓰고 이런 모든 것이 달리기처럼 각각의 목적을 갖지만 내가 진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진짜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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