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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 문학산책 - 도시는 세일 중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9.11 08:42

도시는 세일 중

쇼윈도에 갇혀 있는 그녀는

표정 없는 사내의 어깨 위에 한 손을 얹고

치마를 벗겨내도 웃는다, 거리마다

뽕짝과 랩이 발목을 휘감고

두리번거리는 비둘기의 비상구는 어디에도 없다

 

구찌발렌시아가루이비통프라다샤넬나이키조던

뒤엉킨 발목들 사이로

마네킹을 보고 손 내미는 걸인의 등 뒤에서

목청 좋은 찬송 혹은 목탁,

다만 늙은 수레 하나가 도시의 각질을 쓸어 담고 있다

 

허공에 못을 쳐 실낱같은 줄을 내려 타고

고층 유리의 구름을 닦아내는 거미의 손끝에서

낮달의 귀가 툭 떨어져 옷깃에 맺히는 오후

 

철 지난 치마 하나가 반값에 벗겨지고

쇼윈도의 그녀가 막 계절을 바꿔 입는 중이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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