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열린칼럼
윤찬영 칼럼 - 민간 기록물은 다 어디로 갈까윤찬영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9.18 08:48

그 많은 민간 기록물은 다 어디로 가게 될까

기찻길옆골목책방 주인장

익산시 민간기록물 전시회가 벌써 3회째를 맞았다. 시는 2021년부터 해마다 대대적으로 민간기록물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 왔다. 올해 모인 기록물만 3천 점이 넘는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익산시가 민간기록물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8년 무렵이라고 한다. 이즈음 익산이 문화도시 조성사업 대상도시로 선정되면서 근대 역사가 담긴 민간기록물을 모으고 어르신들의 구술 채록 작업에도 나섰다. 익산시를 비롯해 익산문화관광재단, 익산문화도시사업단, 익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 원광대 익산학연구소 등이 팔을 걷어붙였고, 긴 세월 익산을 터전으로 살아온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여러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익산, 도시와 사람>, <이야기로 듣는 이리 익산 그리고 사람들ⅠⅡⅢ>, <仁和 이리의 상업을 이끈 사람들> 등이다. 문화도시익산 웹사이트(www.culturecityiksan.or.kr)에 가면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이런 다양한 노력이 우리 안으로 더 깊이, 또 밖으로 더 멀리 가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익산에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에게, 또 익산과 전라북도 밖 다른 도시민들에게 말이다. ‘익산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은 과연 고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까’, ‘익산 밖 도시민들은 익산이란 도시를 잘 알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우리는 얼마나 당당하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해 익산에 이사 오기로 마음먹고 익산을 소개한 책을 찾아봤으나 마음에 드는 대중서 한 권이 없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앞서 소개한 책들은 모두 비매품이어서 온라인 서점에선 검색이 안 되는 데다 대부분 ‘기록’에 무게를 두고 쓴 책들이다 보니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이웃 도시인 전주나 군산을 다룬 책이 넘쳐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민망한 일이다.

인천 ‘개항로’는 1883년 제물포 개항과 함께 사람들로 붐볐던 도시다. 한때 국제도시라 불릴 만큼 번성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활기를 잃었다. 이 개항로 주변 골목상권을 되살리고자 2018년 ‘개항로 프로젝트’란 이름의 도전을 시작한 이들이 있었다. 그 중심에 이창길 대장이 있다.

그는 먼저 개항로와 인천의 역사를 발굴ㆍ기록하는 작업에 나섰다. 특히 개항로 곳곳에 남아 있는 60여 곳에 달하는 노포를 찾아 40년 넘는 세월을 이야기와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기록을 인천시민과 개항로를 찾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골목에서 전시회를 열고 책자도 만들어 뿌렸다. 그는 “노포는 박물관에 박제가 돼버린 물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문화이고 살아있는 역사”라고 했다. 개항로프로젝트는 이 일로 2019년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그의 노력은 한 번의 전시회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개항로통닭’을 열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의 경험’에 주목했고, 가게 벽 곳곳에 인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만한 곳에서 찍은 오래된 사진들을 모아 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인천이라는 공간에 담긴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개항로통닭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깔려 있어요. 이 공간은 2~3시간으로도 다 소화하지 못할 만큼 많은 이야깃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 차 있는 거죠. 실제로 수십 년 전 졸업 사진에 나온 어르신이 가게를 찾은 일도 있어요.”

익산 시민이 모아준 기록물들은 전시회가 끝나면 다 어디로 갈까. 만약 그것들을 익산역 주변 식당과 술집, 책방과 카페에 나눠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그저 자그마한 벽만 있으면 될 일이다. 익산을 찾는 이들이 잠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고르면서 이리역 폭발사고라는 가슴 아픈 사건을 알게 되고, 미륵사지석탑의 길었던 복원 과정을 알게 된다면 익산이라는 도시가 한결 더 가깝게 다가오지 않을까. 벽에 붙은 추억의 사진 옆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맥주 잔을 부딪히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기록이 기록으로만 그치지 않을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 할 때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익산열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570-986 전북 익산시 목천로 283 201호(인화동 2가 90-3)  |  대표전화 : 063)858-2020, 1717  |  이메일 : ikopennews@hanmail.net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 01281  |  등록일자 : 2013년 10월 17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조영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영곤
Copyright © 2023 익산열린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