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희 시인

국제해운문학상 대상(2010년)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언어의 곡진함과 세계를 바라보는 진실함으로 독자들을 시적 사유의 장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은희 시인이 이번에는 디카시집 ‘수신되지 않은 말이 있네’를 펴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시(詩)의 줄임말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과 문자를 함께 표현한 시를 말한다.

유 시인은 이번 디카시를 통해 그의 감성과 사유를 펼쳐 보인다.

유 시인은 평소 시적 장면을 만날 때면 지나치지 않고 사진에 담으며 느낌을 간단히 적어두웠다고 한다.

유 시인은 “순간포착의 감각이 휘발되기 전 순간 언술로 이어지는 디카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이미지와 언술 사이에 보다 참신한 정서적 충격을 불러일으킬 순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이런 고민과 열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인은 “시는 어디에도 있었다. 시적 장면과 마주할 땐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여러 각도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말을 걸었다. 그 표정의 안쪽을 보려고 가만 눈을 감으면 내 안쪽이 보이기도 했다”면서 “어디에도 하찮은 것은 없다는 걸 디카시를 쓰면서 새삼 깨달았다”고 말한다.

유 시인은 그만의 언어 감각과 밀도 깊은 사유로 디카시의 세계를 한 차원 끌어올리고 확장함으로써 이전에 없는 디카시의 모범적인 전형을 구현했다.

복효근 시인은 “유은희의 디카시집은 디카시를 바라보는 의구심과 우려를 한꺼번에 씻어버린다. 디카시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감동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디카시의 미학적 성취가 어디까지 가능할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미지와 압축된 언술이 결합해 하나의 서사를 빚어내거나 순간 포착한 장면이 메타포의 기능을 수행하며 깊은 사유와 짙은 서정을 자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집 속 작품 중 ‘시 쓰기’에서는 말을 비틀고 구부려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시의 본령을 그렸다. ‘보’라는 작품에서는 겨울 볕에 널어놓은 수많은 장갑이 마치 이런저런 삶의 아픔을 겪어냈을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따뜻해진 모습으로 읽어냈다. ‘치매’는 자신은 돌볼 새 없이 오직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하다 늙고 병든 우리들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으며, ‘결국은 다 한 잎’에서는 부질없는 인간의 욕망을 성찰하고 있다.

유은희 시인은 청산도에서 태어나 칠게, 갯지렁이, 바지락의 입엣말을 받아쓰며 자랐다.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2010년 국제해운문학상 대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도시는 지금 세일 중’, ‘떠난 것들의 등에서 저녁은 온다’가 있으며, 전자책 작은 시집으로 ‘사랑이라는 섬’이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익산시민 63명과 함께 ‘詩 숲에 들다’ 작품집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 전북 지역에서 인문라이브러리, 시소, 길 위의 인문학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별들의 이소를 지켜보기 위해 가끔 청산도에 다녀온다. /황정아 기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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