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와 미운사람

전북아동문학회 회장동화작가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아침마다 유천생태공원길을 걷다 보면 해바라기가 해맑은 얼굴로 반긴다.

그 꽃을 볼 때마다 장석주시인의 ‘대추한 알’과 함께 어르신들의 굽은 등이 생각난다.

이른 봄부터 어르신들은 땅을 고르고 해바라기 모종을 옮겨 심었다.

그 뜨거운 여름날에는 쑥쑥 자라는 해바라기의 누런 잎을 따주는 일을 했다.

엉덩이에 바퀴달린 의자를 붙이고 미끄러지듯 해바라기를 가꾸는 모습을 보았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을 주는 일도 했다.

해바라기길이 저절로 아름다워 질리는 없었을 게다.

물론 노란 해바라기 안에는 바람과 비와 해가 들어 있었겠지만 나는 어르신들의 굽은 손과 발자국 소리가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해바라기가 참 예뻐요’하자 허리를 펴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해바라기보다 곱다.

해바라기가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똑같은 모종을 심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꽃은 쑥쑥 자라서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가하면 아직도 자라고 있는 것도 있다.

어느 것이 옳은지는 모른다. 일찍 피면 피는 대로 늦으면 늦는 대로 해바라기이며 영원 할 수 없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며칠 전 건강의 비결을 묻는 지인에게 이렇게 말해 버렸다.

1순위 운동, 2순위 잘 먹고 잘 자기 잘 내보내기, 3순위 미운사람 안보기.

그러자 박수를 치며 맞다고 한다. 3순위가 마음에 드는데 어렵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내 마음 대로만 될까마는 1번과 2번은 내 노력으로 하는 것이고 3번은 고개를 돌려 버리면 보이지 않을 것 아닌가? 젊은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미운 사람과 함께 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다. 멀리하는 방법이 최선임을 알았다. 이렇게 좋은 것을 그 많은 날들을 마음 아파 했었다. 

요즘에는 3번도 필수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비워져야 함을 알아간다.

그냥 맹물을 끓일 때는 넘치지 않고 졸아든다. 하지만 보리차를 조금이라도 넣으면 끓어 넘치는 것을 보고 미움이 있다는 것은 내 안에 욕심이 있음을 알아버렸다.

지금도 미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 아니 내가 미워하는 사람도 아닌데 듣고 있다 보면 시간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맞장구를 치다가 화제를 돌려 본다.

해바라기 길을 걸어 보자, 물새가 말을 걸어오고 풀잎들이 속살거린다.

하늘빛은 또 어떤가.

대추한 알과 해바라기에 우주가 들어있다.

어쩌면 우리 사는 모습이 해바라기 길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좀 더 빠르게 그리고 느림이 우리의 사는 모습인 것이다.

오늘도 눈을 뜨게 하심에 감사 해바라기공원을 산책할 수 있음에 감사.

어르신들의 노고에 감사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볼 수 있어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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