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외출 했다 돌아와 보니

며느리가 옷을 훌러덩 벗고 방안 한 가운데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망측하게 이게 무슨 짓이냐?

어머니 이건 사랑의 옷이에요.

시어머니도 그대로 따라했다

영감이 들어와서는 다 늙어서 무슨 짓이냐고 혀를 찬다

그러지 말고 이리 오세요. 이건 사랑의 옷이에요

그려, 좀 다려 입지. 영감은 밤새 구겨진 옷을 다렸다.

시암문화원 원장 시인 별빛정원 대표

사람 사이엔 별 것 아닌 것이라도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어떤 자리에선 가감 없이 과감하게 표현해도 무방하고 누구한테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가려서 해야 할 상대가 있고 대수롭지 않게 웃고 넘어가 주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말을 똑같은 사람에게 했는데 통할 때가 있고, 아니라고 하며 틀어질 때도 있다.

다 되는 데 야담 야화 는 안 되는 사람, 유머는 통하는데 외설에는 고상한 척 고개를 돌리면 난처해진다.

한번 웃겨보려다 저질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남자와 같이 사는 걸 보면 뒤로 호박씨 까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야한 얘기를 좋아한다고 저질스럽다거나 쉬운 사람으로 보거나 헤픈 사람 취급 하면 곤란하다.

물론 때와 분위기를 가려야 경박스럽지 않다.

성性스런 얘기만 하면 성聖스런 척 하지마라.

야한 이야기는 격식 차리고 근엄한 체 하는 것보다 인간답고, 뒷담화보다 찰지고, 험담 하는 구린 입보다 편하고 정이 간다.

대화가 편하면 분위기도 살고 맘도 통한다. 야담야화가 그렇기도 하다.

음담패설이 꼭 야하고 저속한 취급을 받지 않았음 좋겠다.

그 속에는 기지, 풍자, 반어, 해학이 숨겨져 있기도 하니까.

송강 정철, 서애 유성룡이 화창한 봄날 나들이를 했다.

그 곳에서 뜻밖에 백사 이항복, 심일송, 이월사를 만나 회포를 풀며 술이 얼큰해지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에 대한 품격을 논하게 되는데 먼저 송강이 “휘영청 달 밝은 밤 다락위로 구름 지나가는 소리”가 제격이라 하자,

심일송이 “만산홍엽에 원숭이 우는 소리가 최고지”하며 흥을 돋우니 이에 유성룡이 “뭐니 뭐니 해도 잠 덜 깬 새벽에 술 거르는 소리가 으뜸 아니겠는가?”, 이에 이월사가 “산간 초당에 시 읊는 소리가 가장 빼어나지”. 잠자코 듣고만 있던 백사 이항복의 한 수에 장원을 내주게 되는데 “한 밤중 골방에서 여인의 치마끈 푸는 소리”.

재치와 익살과 해학 그 속에 문학과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인 맛깔스럽고 은유적 표현이 더 은근한 매력을 끈다.

말을 가려서 하는 방법을 배워야겠지만 들어주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방법도 익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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