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열린칼럼
송태규 칼럼 - 나이테송태규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12.04 08:41
심지창의융합교육원 대표
시인

연초록으로 눈길을 잡던 은행나무 가로수가 온통 황금빛을 수놓았다. 이처럼 계절의 변화는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 잎을 다 떨구면 나무는 나이테 하나 더 두르고 몸 불려가겠지. 그렇다면 지구에도 나이테가 있을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는 대략 46억 년 전에 탄생했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미생물에서부터 식물·어류·포유류·파충류 등이 생겨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생물이 지구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이렇듯 생명을 가진 것이나 무생물조차도 시간이 흐를수록 익어가고 노화되는 것이 우주의 섭리이다. 결국 지구의 생명도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다.

가수 노사연이 부른 ‘바램’에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익어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따가운 햇볕과 암흑 같은 어둠, 천둥, 번개, 소나기 등을 온몸으로 견디며 때로는 거센 태풍에 흔들리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 슬픔과 괴로움, 노여움의 상처에 할퀴면서도 연민의 눈빛을 전하는 것. 지나온 고통을 다가올 날의 사랑으로 맞이할 수 있는 것. 이러면서 하나둘 나이테가 늘어나는 일 아닐까. 여기에는 살아온 발자국을 돌아보면서 지난 삶을 위로할 수 있는 넉넉함이 깃들어 있다.

몇 년 지난 일이다. 원광효도마을 수양의 집에서 여러 겹 나이테를 두른 어르신들을 모시고 자원봉사자, 후원자가 함께하는 행사를 열었다. 시작하면서 행사를 잘 진행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심고문(心告文)을 읽었다. “오늘, 이 뜻깊은 일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시간 갖게 하옵시고 올해의 남은 시간도 한 해를 되돌아보며 오롯한 감사와 다짐의 시간 맞이하게 하옵소서. 기쁨과 보람의 순간이 있었거든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임을 알아 겸허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하옵소서. 또한 힘들었던 시간, 후회와 아쉬움의 시간이 있었거든 그 안에 담긴 법신불 사은님의 뜻을 알게 하시고, 아픔의 시간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하옵소서.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더 보은하는 일터, 은혜로운 일터, 법열이 샘솟는 일터, 낙원의 일터가 되기를 서원하오며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후원자가 되어 한 해 동안 정성을 모은 수익금을 건네 드리는 의미 있는 한때를 보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봉사자들과 함께 틈틈이 닦은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자 어르신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어르신들을 위해 해야 하는 사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식은 소중한 자원이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다양한 인생의 질감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르신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고, 능력을 존중하며 삶의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 더불어 노인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사회에 능력을 이바지할 기회를 제공해 자존감과 사회적 결속감을 높여야 한다.

그날 세월이 흘러 비록 나이테는 움푹 팼지만, 모닥불의 온기처럼 주위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잘 익어가는 어르신들과 함께했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생의 시계는 몇 시쯤인가. 덧셈보다 뺄셈의 삶을 살았는가. 얼마큼 익어가고 있는지 아니 얼마나 아름답게 익어 왔는지 올해 나이테를 돌아볼 때가 되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익산열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570-986 전북 익산시 목천로 283 201호(인화동 2가 90-3)  |  대표전화 : 063)858-2020, 1717  |  이메일 : ikopennews@hanmail.net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 01281  |  등록일자 : 2013년 10월 17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조영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영곤
Copyright © 2024 익산열린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