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자, 우리 모두 자신의 꿈을 한번 얘기해 볼까?”

 연극 수업시간, 아이들의 꿈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고 대본을 써서 공연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선생님, 전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저는 가수요!”

 “저는 소방관! 아니 동물사육사가 되고 싶어요.”

 “저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 저는 꿈이 여러가지인데 어떻게 해요?”

 나의 대답은!

 “그중에서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음…그럼, 유튜버요!”

 각자의 개성에 맞춰서 꿈을 갖게 된 이유를 즐겁게 대답하는 가운데 유독 입을 열지 않았던 3학년 지호!

 “지호야, 넌 꿈이 뭐야?”

 “…….”

 “뭐라고?”

 유난히 대답하는 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아 다시 물어 보았다.

 “……없어요.”

 “아, 없어? 괜찮아! 아직 꿈이 없을 수도 있지.”

 나를 쳐다보는 지호의 눈빛에서는 ‘정말 없어도 돼요?’ 라는 의심의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 꿈이 없어도 돼. 지호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엄청 많아질테니깐. 그런데 지호야, 우리가 이번에 연극 대본을 만들 때 7명 모두의 꿈을 가지고 만들 건데 지호만 꿈이 없다고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깐 다른 동생들이 말한 꿈을 다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다요?”

 “어!”

 “……그럼 한번 해볼게요.”

 “좋았어!”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게 된 대본이 이제 공연을 며칠 앞두고 있다. 1년 동안의 수업을 통해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키워 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연극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 이전에 나는 과연 어른으로서 어떤 본보기가 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강요 아닌 강요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단어로, 어떤 눈빛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지호’라는 아이는 여전히 꿈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여전히’라는 말은 ‘아직’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아, 지호야! 아직 꿈이 없어도!’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