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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칼럼 - 우당탕탕 신혼부부 익산살기이희수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12.11 08:50

너무 부러워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원광대LINC3.0사업단 공유·협업지원센터 팀장

우리 사무실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근무 중이다. 어느 날 교수님 한 분께서 사모님과 함께 얼마 전 태어난 아기와 함께 사무실에 오신 적이 있었다. 출입문 쪽에서 까르르 웃는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바로 튀어나갔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달려갔는데 아가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모여든 그 광경이 마치 종교 부흥회와도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아기의 모습에 사회에서 묻은 온갖 스트레스와 묵은 때가 벗겨지는 듯 했다.

그날 퇴근 후 집에 와서 남편과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우린 언제 아이를 가지냐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때가 되면 갖게 되겠지 않겠냐는 막연한 대답에 더 늦기 전에 갖는 게 좋지 않겠냐는 물음이 돌아온다. 지금보다 업무도 안정되고 점점 사무실 일이 바빠오는 시점이기에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는 미적지근한 답변을 남기고 괜히 견공 아랑이를 안아본다. 갸웃거리는 아랑이에게 “아랑아, 아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물어본다. 저녁 밥상에 놓였던 오이 조각을 노리느라 바쁜 아랑이는 대답이 없다.

아기를 언젠가는 가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 중이었지만 사실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조금 더 신혼생활을 즐기고 싶었고 사무실 일에 조금 더 몰입하고 싶었고, 또 경력이 단절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 후 육아휴직을 하게 되더라도 나는 최대 2년까지 쓸 수 있지만 남편은 6개월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인한 경제적인 이유도 컸다.

가족의 탄생, 어떤 말로 설명되지 않는 신비 등 아름다운 말로 당장의 고민거리를 가리기에는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그러나 남편의 말대로 점점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아이를 갖는 것 또한 우리의 숙제였다. 아마 이것은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신혼부부들에게 있어 공통된 딜레마일 것이다. 사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빠듯한 시대가 아니던가? 

남편이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기쁜 표정이 역력해보였다고 한다.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물으려던 찰나 남자가 말했다.

“저희 내년에 세 식구 된대요!”

그 말에 남편이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좋은 일이네요!”라며 자기 일처럼 축하를 하다가 무심코 “저희도 내년에 아이 생겨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집에 와서 그 일을 말하는 남편에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를 있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남편이 너무 부러워서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남편에게 그랬냐고 그 마음을 모르는 척 얼버무리고 말았다. 양가 부모님께서 말씀은 안 하시지만 내심 손주를 바라시는 뜻도 알고 있었고, 우리의 나이가 점점 아이를 갖기 힘든 나이로 향하는 것 또한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숙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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