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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칼럼 - 우당탕탕 신혼부부 익산살기이희수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4.01.29 08:48

9월의 어느 날 

원광대LINC3.0사업단 공유·협업지원센터 팀장

점점 바빠지는 9월 말쯤의 어느 날 우리는 병원에 있었다. 초음파 화면에 작은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도 나도 그 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의 첫 아이를 마주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임신 5주 정도 됐을 때였는데 병원 진료가 끝나자 원장님께서 당부의 한 마디를 건네신다.

“임신 초기라 이제 엄마는 천천히 걷고 마음 편하게 생각해야 해요. 아빠는 뭐든 엄마가 하자는대로 하시고, 엄마에게 절대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 엄마가 먹고 싶다는 거 사다주되 엄마가 막상 안 먹어도 실망하지 말고 그거 갖고 조용히 가서 본인이 드시면 돼요. 안 먹는다고 엄마한테 서운해하거나 짜증내시면 안 돼요.”

남편의 입이 색시가 너무 많이 먹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으려 달싹거리던 그때 우리는 10월 중순 쯤 오기로 하고 병원을 나섰다. 누구보다 좋아하신 분들은 물론 양가 어른들이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토박이 시아버지께서는 “아, 맞나? 내 말은 안 했지만 야들이 언제 아가 생길까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무척 좋아하셨다. 시어머니께서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하라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셨다. 아버지, 어머니께도 손주가 생긴다는 것은 경사였다.

이제 태명을 지을 차례였다. 요즘 태명은 참 이쁜 이름들이 많았다.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라는 뜻의 열무, 엄마 뱃속에 찰싹 붙어 있으라는 의미의 찰떡이 등 다양했는데 남편의 뜻은 로또였다.

그래, 이 아이가 우리에게 행운이나 다름없지만 조금 더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된소리 발음이 들어가야 아이가 잘 듣는다는 말에 똘똘하게 모든 복을 다 누리라는 뜻으로 “똘복이”라고 지었다. 그날 저녁에 구미 사는 용동이 고향인 정화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늘 그랬듯이 언니의 인사는 “우리 희수, 좋은 소식 있니?”였는데 이제 언니에게 좋은 소식을 알릴 차례였기에 무척 기뻤다. 임신 5주 되었다고 말하자 정화언니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간밤의 고래에 대한 꿈을 이야기해주셨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창공으로 물보라와 함께 솟구치는 크고 푸른 고래를 봤다며 태몽 같다는 언니의 말에 남편과 나 둘 다 신기해했다.

임신과 함께 가리는 음식이 부쩍 많아졌다. 술은 물론이요, 마라탕 같은 맵고 짠 음식도 멀리하게 되었다. 하루에 두 잔 이상 마셨던 커피 대신 루이보스차나 보리차를 마셨다. 문제는 수면이었다. 오랫동안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늦게 자곤 했던 터라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사흘 정도 시행착오를 겪다가 핸드폰을 멀리하고 유튜브에서 잠이 잘 온다는 음악을 찾아 틀어놓았더니 수면 문제도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문제들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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