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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칼럼 - 매화는 핀다이승훈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4.02.26 08:48
익산문협지부장, 화가

일 년 12달 중에서 2월은 선물 같은 달이다. 날짜가 다른 달보다 적다 보니 아쉬운 달로 보인다. 1월은 처음 시작하는 달로 매우 부산하고 바쁘고 힘든 달로 보였다. 2월은 겨울의 끝자락이기도 하지만 봄의 전령사 같은 달이기도 하다. 꽃이 피는 3월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같은 달이기도 한 것이다. 음악에서 간주곡 같은 인터메조인 것 같다. 오페라나 드라마의 막간 음악에 쓰이는 악곡 형식인 인터메조로, 막 일을 시작하는 3월을 앞에 두고 서정적인 음악 같은 2월이 있어 여유로울 것이다. 겨울과 봄의 교차하는 때, 봄을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이 서성이는 시기이다.

옛 그림 중에서 탐매도가 있다. 조선 시대 신숙주의 증손자인 신잠(1491~1554)의 탐매도가 있는데, 어느 고사 한 분이 말을 타고 동자와 함께 다리를 건너는 중이고, 그 배경에는 대나무와 소나무가 눈을 이고 있으며 폭포가 산 중턱에 걸려 있는 그림이다. 다리 건너에는 매화가 피어 있는데 이는 매화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요즘 같은 2월에 탐매를 떠난 일행이다. 이런 그림은 동양에 많이 알려진 것으로 중국 맹호연이 초봄에 나귀를 타고 장안의 동쪽 파교라는 곳으로 매화를 찾아서 다리를 건너는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이를 탐매도나 심매도라고도 하는데 파교심매도는 이상좌와 심사정, 김명국 등이 그렸다. 전기(1825~1854)의 매화초옥도는 조선 후기에 그려졌는데 현대에 그려진 그림 같다.

인터넷에서 그림을 찾아보면서 감상해봄 직하다. 이 그림의 집 안에는 백록색 저고리를 입은 거사(오경석)가 앉아있고 문밖 다리 위에는 진한 주황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전기)가 거문고를 매고 찾아오는 모습으로 주변이 매화꽃으로 덮여있다. 초옥에서 서화와 풍류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은일 속 매화의 맑고 절개, 지조를 아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이 그림 화제에는 '역매인형초옥적중亦梅仁兄草屋笛中 고람사古藍寫'라고 적혀 있다. 다시 말해 ‘친구 역매(오경석 호)가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고, 고람(전기)이 그리다’라는 것이다. 역관인 오경석은 개화사상가이며 독립운동가로서 “삼한금석록”을 펴낸 금석학자이고, “근역서화징”을 펴낸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의 부친이다. 또한, 오경석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세한도’의 주인공인 이상적(1804~1865)의 제자이다.

조선 후기에 민화가 성행했던 시기의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 8글자를 도안화한 글자 그림이다. 이 중에서 염치의 치(恥, 부끄러워하다)자는 달과 매화가 그려져 있다. 옛 고사에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무왕이 무력으로 은의 주왕을 치는 것을 반대했는데 그들은 은나라가 망하자 결국엔 수양산에 숨어 살면서 고사리를 먹고 살았다가 이 고사리가 주나라 산에서 나오는 걸 알고 굶었다. 나라가 망해서 스스로 부끄럽다는 걸 알기에 굶어 죽었다. 따라서 부끄러울 치자에 백이와 숙제가 살고 지낸 배경의 자연인 달과 매화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수양매월 이제청절(首陽梅月 夷齊淸節)’이라는 화제로 그림에 나타내기도 한 것이다. 이는 의지를 꺾지 않은 절개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향기마저 오롯한 굳은 의지의 표상으로 후세에 수치스럽지 않도록 매화 그림을 그려서 본 것이다. 퇴계 이황은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았다 한다.

부끄러워할 일이 많은 세상 아닌가? 후세에게 또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을 직시하고 간파해야 할 일이다. 당사자끼리 좀 더 만나서 수고하는 자세를 보여 줘야 한다. 눈앞 이익만 추구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이기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이합집산이 되고 의료공백이 되고 있으며 저출산은 가속화되고 고향을 버리게 하는 세태에 무어라고 해야 하는가?

눈비가 내리는 분분한 세상에서 매화 찾으러 섬진강으로 떠나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 오는가? 앞으로 다가오는 정치의 새봄을 맞이하게 된다. 선물 같은 달에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미덕이 피어나라고 매화는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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