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익산시-익산고적연구회 조사서 청동기 시대 견해 밝혀

 최초발견자 김중근 씨 “시대 떠나 범산 일대 추가 조사 필요”

“큰 바위에 글자와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어요. 암각유적인 것 같은데 나무에 뒤덮여 꽁꽁 감춰져 있습니다. 시대를 떠나 유물을 조사하고 보존해야 하는 건 우리의 역할입니다.”

지난 2월 어느 날. 이형열 도예가는 ‘익산 호암리 암각문자 연구조사’라는 책자를 들고 익산열린신문을 찾아왔다.

이형렬 도예가는 “낭산면에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암각유적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며 “이런 유적은 익산시와 관련 기관들이 나서서 발굴조사를 하고, 유적 보존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도예가가 말한 지역은 낭산면 호암리 산 592, 593-1, 593-2 번지. 논으로 둘러쌓여 있는 이곳은 범산으로 불린다. 9개의 바위에 글자와 기호 등이 새겨져 있다. 바위 위쪽에는 6개의 무덤이 있다. 바위 하나에 호랑이 모습이 새겨져 있어 범산이라 불린다는 속설이 있다.

이곳은 지난 2004년 익산시와 익산고적연구회가 함께 연구조사를 펼친 곳이다.

당시 최초 발견자이자 익산고적연구회 회원인 김중근 씨는 “처음 바위를 발견했을 때 예사롭지 않은 문자라 생각했다. 전문가들과 고적연구회 회원들이 수년 간 암각을 연구하고 호암리의 역사를 조사했다. 뚜렷한 암각 시기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청동기 시대 암각과 유사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보존해야 할 유적이라는 것이었다”면서 “범산에 새겨진 암각을 통해 호암리가 지리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던 곳인지 유추가 가능하다. 더욱 심도 깊은 발굴조사와 비가림 등의 유적 보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산의 암각유적은 2007년 ‘익산 호암리 암각문자 연구조사’ 라는 책이 발행 된 후 이렇다 할 조치 없이 방치돼 있다.

김중근 씨는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찾아와 물어보곤 하지만 개인, 단체들이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형열 도예가는 “이미 범산 주변에 있던 고인돌 등 많은 유적들이 손상되고, 파헤쳐져 존재 자체가 없어졌다. 이는 역사와 문화를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익산시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에 익산시 문화유산과는 범산의 암각유적과 관련해 현재 추가 조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2004년 익산시의 지원으로 조사를 했었다. 또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에서도 조사를 해 기초자료는 확보가 돼 있다. 암각 시기를 청동기 시대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가 2021년 발행한 ‘익산 호암리 암각유적 일원 유적 분포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호암리 암각유적에 새겨진 기호와 글자는 독특한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형태적인 특징으로 반구대 암각화나 남해 상주리 석각 등과 성격이 다르다. 선행연구에서 호암리 암각유적의 연대에 대해 청동기 시대로 보고 그 하한 연대를 삼국시대 이전으로 보는 견해, 근현대로 보는 견해가 존재한다. 암각유적으로만 연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고고학, 민속학, 구비문학 등의 실물자료와 문헌자료를 방증으로 함께 활용해야 좀 더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열 도예가는 “‘시대를 알 수 없어서’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관계자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조사한다면 익산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후세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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