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3km내 용동면서 AI발병 ‘예방적 살처분’ 불똥
“내 닭들 아무 이상 없다 판정, 정부 방침 못 따라”
 |
| 임희춘 씨가 AI검사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자신의 닭들을 절대 죽일 수 없다며 농식품부 예방적 살처분 방침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
“우리 닭들은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싸고, 잘 뛰어놀고 있는데 살처분하라네요. 건강한 우리 아기들을 죽이지 마세요.”
9일 오후 3시, 망성면 으랭이마을 초입에서 산란계 농장을 하고 있는 임희춘 씨(49)는 며칠째 잠을 설친 탓에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난 2월 27일 용동면 하림 육용종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하자 반경 3km 안에 포함되는 임 씨의 농장 닭들도 모두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하라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통보가 있은 후부터 밤잠을 설치며 보초를 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임 씨는 “전라북도 동물위생시험소 북부지소가 용동 하림 농장 AI발병 다음날인 지난 2월 28일 우리 농장의 AI정밀검사를 한 결과 이상이 없는 ‘음성’으로 나타났다”며 “지금까지 폐사한 닭이 단 1마리도 없다. 건강하게 잘 지내는 우리 아기들을 왜 죽이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임 씨는 농식품부와 익산시의 닭 살처분 방침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중이다. 지난 2월 27일부터 자신의 농장 앞에 SUV차량을 세워놓고, 철문을 굳게 잠근 채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다. 밤에는 차에서 잠을 자며 농장을 지키고 있다. 9일까지 11일째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동물애호가인 임 씨는 축사 안에 수탉과 암탉 5천 마리를 방사해 키워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닭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풀어놓고 키워 농식품부로부터 ‘동물복지 농장’ 인증, 그리고 무항생제∙ HACCP 인증을 받았다. 익산 유일의 유정란 생산, 동물복지농장이다.
임 씨는 “우리 참사랑농장은 농식품부가 이렇게 3가지 인증을 해준 농장이다. 더욱이 AI검사결과 아무 이상 없다는 ‘음성’ 판정도 나왔다. 그런데 보호해주기는커녕 무조건 예방적 차원에서 반경 3km 살처분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임 씨는 “우리 참사랑농장 반경 3km안에는 닭 사육 농장이 하나도 없다. AI가 확산될 수 없다”며 “건강한 우리 닭들을 죽일 이유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임 씨는 지난 2월 28일부터 유정란 출하가 제한됐고, 바깥출입도 통제됐다. 매주 화요일만 외출을 할 수 있고, 이때 유정란도 거래처에 납품할 수 있다.
평소 이틀에 한 번 출하하던 것이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되면서 수입이 확 줄어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출하 횟수가 줄자 거래처에서 납품량을 줄였기 때문.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부의 살처분 방침에 맞서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임 씨. 그의 주변에는 든든한 응원군이 생겨났다. 그가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릴 때마다 동물애호가들의 응원메시지가 쏟아지고 있고, 농식품부에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그의 이유 있는 싸움은 언론에서도 서서히 조명하기 시작했다.
임 씨는 “10일 오전 천안 연암대학교 교수들이 혈청검사를 한다. 이 검사결과에서 이상이 있으면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겠지만, 아무 이상이 없으면 절대 살처분에 응하지 않겠다”고 단호한 각오를 내비쳤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