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쉬는 토요일 허가 없이 도로 굴착… 임금도 안 줘 말썽

모텔 앞 3m 깊이 웅덩이 파놓고 방치 도로 붕괴위험 안전사고 불안불안

부슬비가 내린 5일 오후 4시, 남중동 H모텔. 리모델링 공사로 지상 4층 모텔 유리창이며 벽이 훤하게 뚫려 있다. 모텔 건물 앞은 지하 1층 높이만큼 3m가량 깊고 커다랗게 웅덩이가 파여 있다.

H모텔 주인이 옹벽을 쌓겠다며 모텔 바로 앞 2차선 도로 가장자리 밑까지 파내려 아찔하다. 비가 연일 내리면서 토사가 아래로 쓸려 인근 주민들은 도로가 꺼질까 걱정하고 있다.

이미 우수관과 아스팔트 사이엔 틈이 벌어져 ‘에폭시’로 임시처방도 해놓았다. 이처럼 붕괴위험이 높고 자칫 차량 전복 사고 위험도 높지만, 안전장치라곤 플라스틱 공사판넬과 빨간색 줄만 쳐진 게 전부다.

주민들은 “건물주가 아무리 자기 건물 공사를 한다지만, 도로를 위험하게 해놓고 방치할 수 있느냐”며 “익산시가 빨리 나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H모텔은 얼마 전 불법공사를 했다가 적발돼 익산시로부터 원상복구 조치 명령도 받았다.

익산시에 따르면, H모텔은 지난 3월 30일 도로점용허가도 받지 않고 도로를 굴착해 전기선을 매설했다가 시민의 제보로 덜미가 잡혔다.

H모텔은 공무원이 쉬는 토요일에 2차선 도로 전체를 막고 공사를 감행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시민이 익산시에 제보해 단속됐다.

특히 H모텔은 공사 당일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의 공사 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장비를 철수하는 척만 하다가 결국 불법 공사를 저질렀다.

불법공사에 참여했던 인부 이모 씨는 지난 5일 H모텔 앞에서 기자를 만나 “시청에서 나와 공사를 하지 말라고 해 철수하려고 했지만, 나에게 일을 시킨 전기업자가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해 공무원이 다녀간 후 30분 쯤 후에 공사를 다시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또 “일당 70만 원을 받고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가지고 와 공사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돈을 안주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익산시는 H모텔 건물주에게 ‘전기공사를 하기 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라’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건물주는 ‘전기업자가 상의 없이 혼자 감행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은 불법 공사한 전기업자에게 있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익산시는 모든 책임이 H모텔 주인에게 있는 만큼 3개월 이내 원상복구 조치토록 계고하고, 만약 기간 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나 형사고발 조치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H모텔 주인이 원상복구를 한 후 건축행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부서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며 “또 도로 밑 토사유출로 인한 붕괴 우려 문제도 관련부서를 통해 건물주가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익산시 도로점용 허가 없이 불법으로 도로를 굴착해 전기공사를 해놓은 현장.

불법으로 도로를 파내고 모텔 안 공터에 쌓아놓은 아스콘 더미와 흙, 돌 더미.

H모텔 주인이 모텔건물 바로 앞 땅을 지하 1층 높이 약 3m깊이로 파놓은 현장. 시민들이 왕래하는 2차선 도로와 바짝 붙여서 땅을 파는 바람에 도로 붕괴 위험이 매우 높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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