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들 고품질 제품 원했지만 익산시 저품질 선정

제품 변경 요구에도 “최저가 입찰됐다” 끝내 밀어붙여

개인택시기사 윤모 씨가 자신의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를 가리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블랙박스 생산된 지 얼마나 지났는지 상자 색이 누렇게 변색돼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익산시 보조로 설치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달긴 했지만, 석연치 않아 블랙박스 판매점에 가보니 ‘몇 만 원 짜리’라고 하네요. 엊그제 단 ‘20만 원짜리’ 블랙박스인데 이 말 들으니 어이가 없네요.”

지난 7일 오전 11시, 남중동 모처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 윤모 씨는 차 안에 설치된 ‘검정색 블랙박스’를 가리키며 불만을 한가득 털어놓았다.

3채널(전방, 실내, 후방) 녹화기능 있는 이 블랙박스는 가격이 20만 원짜리(16만 원 익산시 보조)다.

그는 “블랙박스 선정할 때도 개인택시조합 내부가 소란스러웠다. 출시한 지 1년 정도 지나 제품의 품질이 신제품보다 많이 떨어진다며 다른 업체 것으로 교체하자는 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지금의 블랙박스로 결정 났다. 설치해보니 역시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익산시가 2억5천837만5천 원(시보조 80%, 자부담 20%)을 들여 택시 1천325대(개인 891대, 법인 434대)에 설치한 블랙박스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블랙박스에 불만이 많은 복수의 개인택시기사들은 선정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며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택시 대수가 가장 많은 개인택시조합은 익산시가 ‘블랙박스 설치 지원 사업’에 나서자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 탐색 차원에서 전자입찰에 참여할 업체 6곳을 초청, 제품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조합 대의원들은 회사별로 제품에 대한 순위를 매겼다.

지난 4월 3일, 익산시가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경쟁가격입찰을 진행한 결과는 대의원들의 뜻과 정반대였다. 제품 순위로 5위 점수를 매겼던 A업체가 최저가 입찰로 낙찰된 것.

대의원들은 “A업체 블랙박스는 출시한지 1년 정도 된 옛날 제품으로 화질과 프레임, 화각(화면이 찍히는 면적)이 다른 업체 신제품보다 많이 떨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또 “익산시가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조달청에 전부 의뢰하거나 품질 위주로 제한경쟁을 했더라면 좀 더 좋은 회사의 제품이 낙찰됐을 것”이라며 아쉬움도 전했다.

당시 조합 직원이었던 김모 씨는 “계약 관련법령을 찾아보니 낙찰업체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입찰에 응모한 실비 등을 지급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실비를 주고 파기하려고 했으나 조합장이 끝내 밀어붙여 A업체로 선정됐다. 조합장은 개인택시조합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에서 A업체 선정을 않기로 표결된 것을 어기고 독단으로 승인했다. A업체와 결탁하지 않았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최저가 공개경쟁입찰을 할 수밖에 없다. 자부담 50%를 넘지 않으면 수의계약 등은 할 수 없다”며 “단, 유령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실적제한도 넣었다. 경찰과 확인한 결과 A업체 제품은 교통사고 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A업체 블랙박스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2일까지 설치 완료됐지만, 일부는 장착하지 않고 제품만 전달한 후 “추후 설치비용을 따로 받겠다”고 해 또 다른 불만을 사고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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