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생태놀이터’ 조성한다며 1년3개월째 서류만 만지작

안전대책 없고 관리 손 놓아 어린이들 넘어지고 다치기 일쑤

미끄럼틀이 막힌 영등시민공원 놀이터에서 최모 씨와 두 아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영등시민공원 어린이놀이터. 어린 두 아들과 놀러 나온 최모 씨(40·영등부영3차아파트)는 놀이터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게 바닥에 깔아놓은 ‘탄성포장’은 곳곳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최 씨는 두 아들이 뛰어다닐 때마다 자칫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끄럼틀이 있는 종합놀이대는 입구가 널빤지로 막아놓아 아예 이용조차 할 수 없었다.

최 씨와 두 아들이 놀 수 있는 것들은 고작 그네와 말처럼 타고 노는 기구뿐이었다.

최 씨는 “1년 만에 해외에서 돌아왔다. 모처럼 두 아들과 하루를 함께 놀고 싶어 학교도 안 보내고 집 바로 옆 놀이터에 왔는데, 이렇게 엉망인지 정말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다른 곳을 알아보고 갔을 텐데, 이제 와서 다른 곳을 찾자니 외국에서 오래 있어서인지 찾기 쉽지 않아 그냥 두 아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 위안삼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두 아들도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놀이기구가 많지 않아도 그저 해맑은 표정으로 아빠를 향해 연신 미소를 날렸다.

놀이터가 조만간 ‘생태놀이터’로 조성된다는 말을 전해들은 최 씨는 “안내 표지판이라도 설치했으면 두 아들과 위험하게 이 놀이터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없는 익산시 행정이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익산시가 낡고 위험한 영등시민공원 놀이터를 ‘생태놀이터’로 조성한다고 해놓고 방치해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생태놀이터 사업 소식만 무성할 뿐 언제 착공한다는 안내표지판 조차도 없어 시민들의 궁금증만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생태놀이터 조성계획도 모르고 찾은 가족들에겐 강한 불쾌감과 허탈감만 안기고 있다.

익산시가 생태놀이터를 조성한다고 한 것은 지난해 3월.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3억 원(국비 9천만 원, 시비 2억1천만 원)을 들여 추진한다고 한지가 벌써 1년3개월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착공 소식은 들리지 않고, 시민들이 민원을 낼 때마다 설계 중이라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안전대책도 없이 그냥 방치해놓는 통에 어린이들이 뛰놀다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젊은 가족들은 “놀이터가 아니라 지뢰밭이나 다름없다”고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익산시는 “사업이 늦어져 죄송하다. 공모사업은 지난해 3월 선정됐지만, 사업비가 지난해 추경때 확보돼 그해 9월 설계가 들어갔다. 현재 설계가 마무리 단계이고, 공원조성계획변경을 위해 관계부서와 협의 중이다. 조만간 건축허가, 실시계획인가를 받은 후 발주해 시공사를 선정하면 오는 8월 쯤 착공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사업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생태놀이터는 바닥에 흙을 깔고 언덕을 만들어 그 위에 잔디를 덮는다. 언덕 위엔 미끄럼틀 2개가 있는 종합놀이대를 설치하고, 언덕 아래는 어린이들이 통과할 수 있는 굴도 만들 예정이다. 주변에 나무를 심어 쉼터를 만들고, 화장실도 설치한다.

탄성포장 된 바닥 곳곳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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