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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공사 엉터리 농수로 개선 약속 어겨‘국민에게 신뢰받는 1등 공기업’ 위상 스스로 먹칠
우창수 기자 | 승인 2020.02.11 18:06

물 대는 ‘용수로’가 물 빼는 ‘배수로’ 둔갑… 재시공 하세월

농민 작년처럼 양수기로 물 대고 모내기 할까봐 걱정 태산

사진설명: 익산열린신문 사진자료. 춘포면 엽동마을 임세균 씨가 지난해 7월 엉터리로 공사한 농수로를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수로 공사를 잘못해 농민에게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재시공해주겠다고 한 약속까지도 어겨 ‘국민에 신뢰받는 1등 공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먹칠하고 있다.

춘포면 엽동마을 농민 임세균 씨(91)는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가 지난해 봄 엉터리 농수로 공사를 하는 바람에 엄청 힘들게 농사지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가을 수확을 마치고 고쳐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것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며 참아왔던 분통을 터뜨렸다.

임 씨가 지적하는 문제의 장소는 ‘익산시 춘포면 창평리 911번지’ 농로에 딸린 농수로.

이 농수로는 논에 물을 대는 ‘용수로’지만, 농어촌공사가 공사한 후 물 빼는 ‘배수로’로 둔갑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한 마디로 ‘아니함만 못한 엉터리 공사’를 한 셈이다.

임 씨는 30년 전 경지정리가 된 후로 이 농수로에서 아무 탈 없이 논 4필지에 물을 대왔다. 임 씨의 논 4필지는 이 농수로를 따라 나란히 있다.

농어촌공사는 흙으로 돼 있던 이 농수로를 개선한다며 지난해 5월 초 공사를 진행했다. 성인 어깨 넓이와 성인 무릎 높이정도 되는 가로세로 50cm의 ‘U자형 콘크리트 관’을 이 농수로에 설치했다. 관 길이는 200m가량으로 5월 말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공사 완료 후 농수로에 물이 한가득 흐르는데도 임 씨의 논은 물꼬를 열어봤자 물 한 방울 들어오지 않았다.

애가 타들어가는 임 씨는 이 농수로를 담당하는 농어촌공사 관계자에게 달려가 농수로 관을 높여서 다시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20만 원짜리 양수기 3대를 사서 논에 물을 댄 임 씨는 열려 있던 물꼬를 통해 농수로로 물이 빠지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30년 간 용수로였던 곳이 배수로가 돼 버린 순간이었다.

90평생 가장 힘든 모내기를 해야만 했던 임 씨는 “이 농수로 공사는 설계부터 잘못됐다. 농어촌공사가 현장조사도 안 하고 설계해 우리 논에 물을 못 대게 만들었다. 그리고 멀쩡한 흙 높이를 낮춰 용수로를 배수로로 만들었다. 탁상행정과 날림공사에 애먼 농민만 피해를 봤다”고 맹렬히 꼬집었다.

<익산열린신문> 보도 후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7월, 임 씨를 찾아가 사죄하며 재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가을 수확 후 재시공하기로 했던 약속은 벌써 해를 넘겼고,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인 상태. 임 씨는 지난해처럼 올 농사도 물 걱정하며 힘들게 짓지나 않을까 고민이 태산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 수자원관리부는 “당초 약속대로 가을 수확 후 재시공을 하려고 했으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약속을 어긴 것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조만간 임세균 씨를 만나 사과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영농기 이전에 각 지소별로 농수로 유지관리 대상지를 조사해 공사 발주를 하게 된다. 발주를 일일이 하지 않고 한 번에 발주하는데 2월 안에 곧 시행할 계획이다. 임세균 씨 논 옆 농수로도 개선하고 임 씨가 요구한 부분도 같이 공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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