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방치 숯불구이 화로까지 버젓이 익산 이미지 실추
KTX개통 관광객 2배 늘었지만 빛바랜 푯말 아쉬움 가득
26년간 부여에서 발굴… 국립익산문화재연구소 유치 절실

왕궁리유적 안내판 글자 일부가 떨어져나가 알아보기 어렵다.

7월 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시되는 ‘사적 408호 왕궁리유적.’ 고조선 기준의 도읍지, 백제 무왕의 천도지 등으로 전해지고 있는 이곳은 이번에 미륵사지와 함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익산 대표 백제역사문화재 2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 발굴한 문화재를 전시하는 ‘왕궁리유적전시관.’ 지난 9일 찾은 전시관은 세계유산 등재의 역사적 순간을 맞기엔 안팎으로 아쉬움이 가득했다.

주변엔 그 흔한 커피자판기 하나 없고, 쉴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다. 설치된 푯말과 안내판은 빛이 바래가고 있었고, 글자도 일부가 떨어져나가 알아보기 어려웠다.

전시관 뒤편은 난리법석이었다. 나무 밑에 놓인 개집 3개. 2마리의 개가 낯선 사람을 보자 사납게 짖어댔다. 직원들은 “우리가 키우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폐형광등 수거함은 쓰레기와 함께 가득 차 있었고, 그 앞엔 폐기름통 5개가 놓여있었다. 이렇게 방치한 지 한참은 돼보였다.

컨테이너박스 주위엔 쓰다 남은 기왓더미가 쌓여있었고, 숯불구이 해먹을 때 썼던 것으로 보이는 녹슨 ‘화로(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것)’가 놓여있었다.

밖에 푯말에 적힌 ‘취사 및 음주행위를 금지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는 등의 글귀가 무색한 상황이었다.

전시관 내 영상과 스피커는 따로 노는 듯했다. 입구에서 나오는 스피커가 전시실 소리보다 커 영상의 내용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듣기 어려웠다.

익산시 관계자는 “KTX익산역 개통 후 익산 관광객이 2배정도 늘어난 데다 2곳의 문화재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익산은 찾아오는 문화관광도시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너무나 부족했다.

21만6천862㎡의 광활한 왕궁리유적을 발굴 중인 현장은 아쉬움이 더욱 컸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26년째 발굴을 도맡고 있는 동안 주인격인 익산은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전정희 국회의원은 “익산 백제유적에 대한 발굴을 익산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립익산문화재연구소’를 독립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더 이상 남의 손에 익산 문화유산을 맡기지 않고 익산이 주체가 되는 것, 국립익산박물관 승격과 함께 국립익산문화재연구소 유치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12일 "폐형광등 등 쓰레기를 말끔히 치웠고, 푯말도 새로 도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쉼터가 마땅치 않은 왕궁리유적전시관 앞.

전시관 직원들이 키우고 있는 개 2마리.

볼썽사나운 폐형광등 수거함.

숯불구이 해먹을 때 썼던 것으로 보이는 녹슨 ‘화로(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것).’

컨테이너박스 주위에 쌓여 있는 쓰다 남은 기왓더미.

안내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26년째 맡고 있는 왕궁리유적 발굴 현장.

왕궁리5층석탑.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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