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가게 비우고 이사 가는데 주변 가게 임대보증금 절반 수준

주민대책위 구성 “실거래가 무시 꼼수” 강력반발 충분한 보상 요구

“국책사업 때문에 멀쩡한 우리가게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보상금은 주변 가게 임대보증금도 안 될 만큼 푼돈 수준이니 이처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요.”

이일여중고 앞에서 페인트 총판대리점을 운영하는 임모 씨(68). 그는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보내온 보상금통지문(토지 및 지장물에 대한 ‘개인별 손실보상액 명세서’)을 받고 기가 막혔다.

‘익산평화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보상절차에 들어갔지만, 보상금이 주변시세보다 절반가량 낮게 책정됐기 때문.

임 씨는 평화동 지금의 자리에서 30년 간 해온 장사를 접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지만, 다른 자리로 옮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임 씨는 “64평 우리가게 보상금이 땅값과 건물 값, 영업보상비까지 합쳐 고작 2억5천500만 원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페인트회사에서 외상으로 가져온 물건 값만 2억5천만 원인데, 보상금으로 외상값 갚으면 빈털터리로 나가야 할 신세다”고 푸념했다.

특히 “사업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주변 건물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우리가게와 비슷한 면적의 허름한 가게 임대보증금이 무려 4억 원이다. 물건 외상값은 차치하더라도 보상금이 다른 가게 임대보증금 절반 수준이니 한 마디로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소리다”고 울먹였다.

익산평화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 부지 주민들이 “보상금이 턱없이 낮다”며 울상이다.

임 씨처럼 보상금에 대한 불만이 높은 주민 20여명은 ‘평화동 보상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일여고 정문 앞 거리에 ‘실거래가격 무시한 꼼수보상이 웬말이냐! LH공사는 충분한 보상을 이행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현 보상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책위는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을 건설하는 희망적인 사업은 반가운 일이겠으나 멀쩡이 장사 잘하고 있는 주민에게 주변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보상금을 받고 나가라는 것은 먹고살 터전을 빼앗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행위”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LH는 “현 보상금은 3개 감정평가 회사에서 정한 것이다. 지난 5월부터 7월 초까지 3회에 걸쳐 약 81% 보상을 완료했다”며 “일부 주민들이 보상에 응하지 않아 8월 초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지장물 및 영업보상 등을 재감정해 달라는 재결신청을 냈다. 재감정할 때 감정사들에게 보상의견을 전달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재감정을 하고 보상금을 다시 정했는데도 주민들이 수령을 계속 거부하면 법원에 공탁을 걸고 강제집행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 주민들과의 큰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익산평화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은 LH가 이일여중고 앞 6만3천821㎡ 부지에 887세대(임대200, 분양687) 공동주택(아파트) 건립과 주택단지 주변도로 폭을 10m에서 25m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2017년 10월 착공, 2019년 12월 준공, 2020년 2월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익산시는 이 사업이 완공되면 평화동일대의 주거환경개선은 물론 3천여 명의 입주로 슬럼화돼 있는 평화·중앙·창인동 일대의 구도심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상 대상은 지장물(건물, 수목 등) 146명, 영업보상은 76명이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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