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사 마을 도로 역할 하던 농수로 덮개 높여 통행 막아

주민들 버스 등 큰 차 지날 때 피할 곳 없어 교통사고 위험

“무슨 농수로 덮개를 무지막지하게 두껍게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는지 모르겠네요.”

지난 5월 28일 오후 3시, 25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하는 작은 시골 춘포면 덕실리 시전마을. 길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도로 옆 농수로를 가리키며 불만을 한보따리 풀어놓기 시작했다.

길이가 약 100m 되는 농수로 위에는 한눈에도 두꺼운 덮개들이 들쭉날쭉 씌워져 있었고, 그 덮개 위에 설치된 철근 고리들은 삐죽 솟아 있어 자칫 주민들이 농수로 위를 걷다 걸려 넘어질 우려가 높아보였다.

주민들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난 4월 중순, 마을을 관통하는 농수로 덮개를 높게 설치하는 바람에 평화롭던 시골마을 도로가 난리속이라고 한숨지었다.

사연은 이랬다.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은 지난해 11월 착공, 2019년 7월 31일 준공을 목표로 시전마을을 비롯한 인근 논을 새로 정비하는 사업에 나섰다. 사업명은 ‘금강2지구 익산1공구 춘포2 경지재정리사업.’ 예전 경지정리한 논의 수로를 재정비하는 게 이 사업의 주 목적이다.

문제는 시전마을 한 가운데 나 있는 도로 옆 농수로를 새로 정비하면서 불거졌다. 옛날에 상하좌우 4면을 통째로 콘크리트 타설한 이 농수로 윗부분의 콘크리트를 깨어 개방하고 지난 4월 중순에 덮개를 씌웠는데, 그 두께가 자그마치 성인 손으로 한 뼘 되는 20cm정도였다.

예전 농수로와 도로의 높낮이보다 훨씬 차이가 심해 아예 농수로 위를 다니지도 못하게 된 마을 노인들은 “차에 치어 죽으라고 이렇게 몰상식하게 만들어 놓았다”며 성을 냈다.

덮개를 해놓기 전 농수로는 도로와 높낮이가 비슷해 도로에 버스 등 큰 차가 지나면 농수로 위로 피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가 두꺼운 덮개를 설치하는 바람에 농수로 위로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게 마을 노인들의 주장이다.

사실 이 농수로 옆 도로는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 하지만 왕복 2차로가 채 되지 않는 비좁은 시골도로여서 도로와 높이가 엇비슷한 농수로가 도로 역할을 해왔다. 비록 농수로 위에 농기구를 보관하긴 했어도 마을 주민들이나 큰 차들도 서로 교차할 정도의 여유 공간은 있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농수로 턱이 높아져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마을 노인 등은 버스 등 큰 차를 피할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이젠 마을 길 지나기도 무섭다. 주민안전은 전혀 생각지 않은 엉터리 공사”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덮개 두께를 줄여 예전에 도로 높이로 맞춰주고, 지금처럼 들쭉날쭉하지 않고 평평하게 재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이 농수로는 사실상 폐쇄하려 했지만, 주민들이 생활오수를 이곳으로 흘려보내 어쩔 수 없이 이 농수로 안에 새로 용수관을 매설했다. 덮개는 안전상 두께를 줄일 수 없다. 다만 도로와 경사지게 턱을 없애겠다. 철근 고리는 잘라낼 계획”이라며 선을 그어 진통이 예상된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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